이곳에 와서 그녀는 들었다.
노르웨이 최북단에 사람들이 사는 섬이 있는데, 여름에는 하루 스물네 시간 해가 떠 있으며 겨울에는 스물네 시간이 모두 밤이라고.
그런 극단 속에서 일상을 살아간다는 것에 대해 그녀는 곰곰이 생각했다.
지금 이 도시에서 그녀가 통과하는 시간은 그렇게 흰 밤일까, 혹은 검은 낮일까?
묵은 고통은 아직 다 오므라들지 않았고 새로운 고통은 아직 다 벌어지지 않았다.
완전한 빛이나 완전한 어둠이 되지 않은 하루들은 과거의 기억들로 일렁거린다. 반추할 수 없는 건 미래의 기억 뿐이다.
무정형의 빛이 그녀의 현재 앞에, 그녀가 모르는 원소들로 가득찬 기체와 같은 무엇으로 어른거리고 있다.
한강 작가님의 소설 「흰」中 백야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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